세계은행의 Gender Mainstreaming 정책
Bureaucratic Representation and Gender Mainstreaming in International Organizations: Evidence from the World Bank
전 세계적으로 약 24억 명의 여성이 여전히 남성과 동등한 경제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은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정책을 도입해왔다. 그러나 명확한 지침과 지도부의 지지가 있음에도 실제 실행은 지지부진하며, “형식적 순응(box-ticking)”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격차를 조직 구조나 규범이 아닌 직원(staff)의 역할과 성별 구성에서 찾는다. 직원들은 일정 수준의 재량을 지니고 있어,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성 주류화 정책의 깊이를 결정한다. 특히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을수록 남성 직원에게도 사회화 효과(contagion effect)가 발생해, 성평등 실행이 강화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연구는 세계은행(World Bank)을 사례로 삼아, 프로젝트 단위 데이터를 분석하고 직원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결합한 혼합방법 연구(mixed-methods)를 수행했다. 세계은행의 성 주류화 지수(Gender Mainstreaming Index, GMI)를 활용한 분석 결과, (1) 모든 직원이 최소한의 형식적 성평등 요건을 충족시키려 하지만, (2) 여성 직원이 관여할수록 성평등 요소가 더 깊이 통합되며, (3) 여성 상사가 있을 때 남녀 직원 모두 성 주류화에 더 적극적이었다. 즉, 직원 구성의 성별 다양성과 리더십의 성별이 IO 내부의 성평등 정책 이행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의 성 주류화 역사는 1990년대 이후 제도적 진전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실행의 깊이는 불균등하다. “스마트 경제학(smart economics)”이라는 경제 효율성 중심의 접근은 성평등의 가치적 전환을 이끌지 못했고, 부서 간·국가 간 편차도 지속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실행 격차가 단순한 제도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 행위자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며, 성평등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는 형식적 정책 강화보다 직원 구성의 변화와 내부 문화 개혁이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조직문화와 회원국(Principal)의 요구는 직원들이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표면적 성 주류화(shallow gender mainstreaming)를 수행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심층적 성 주류화(deep gender mainstreaming)는 추가적인 노력과 정치적 부담을 요구하며, 때로는 수원국 정부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직원 개인의 성평등 의식과 헌신에 달려 있다. 연구는 이러한 헌신이 직원의 성별 구성(gender representation)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특히 여성 비율이 높은 부서일수록 조직 내 성평등 이슈에 대한 저항이 약화되고, 남성 직원들도 사회화 과정을 통해 성 주류화 목표를 더 수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연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번역
- H1 (표면적 주류화 / Any mainstreaming):
프로젝트에 성 주류화를 포함시키는 여부에는 여성 직원과 남성 직원 간에 차이가 없다.
(There is no difference between women and men staff in the inclusion of gender mainstreaming into the projects they implement.)
- H2 (심층적 주류화 / Deep mainstreaming):
여성 직원이 프로젝트 실행을 감독할 경우, 해당 프로젝트는 더 깊은 수준의 성 주류화를 포함할 것이다.
(If women staff oversee project implementation, these projects will include deeper gender mainstreaming.)
- H3 (부서 수준의 표면적 주류화 / Any mainstreaming at unit level):
여성 비율이 높은 관료 조직 단위(예: 글로벌 실무조직, Global Practices)일수록 성 주류화 요소의 포함 여부에는 차이가 없다.
(Bureaucratic units with a higher proportion of women do not differ in the inclusion of gender mainstreaming components.)
- H4 (부서 수준의 심층적 주류화 / Deep mainstreaming at unit level):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은 부서일수록 프로젝트에 더 깊은 수준의 성 주류화 요소가 포함될 것이다.
(If a higher proportion of positions in a bureaucratic unit are held by women, projects will include deeper gender mainstreaming.)
구는 2009년 이후 세계은행이 수행한 2,076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여성 직원의 비율이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실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일반 최소제곱 회귀(OLS), 엔트로피 균형(entropy balancing), 도구변수 회귀(IV regressions)를 사용했으며, 주요 독립변수는 (1) 프로젝트 책임자(TTL), 프로그램 매니저(PM), 국가국장(CD) 중 여성이 있는지 여부(H1, H2)와 (2) 동일 분야·연도 내 여성 직원 비율(H3, H4)이다.
가장 큰 분석상의 위험은 내생성(endogeneity)인데, 이는 관리자가 ‘젠더 중심 프로젝트’에 여성 직원을 의도적으로 배정했거나, 여성 직원이 스스로 이런 프로젝트에 지원했을 경우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는 다양한 통제변수를 포함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주제 중 성평등 비중, 담당자의 이전 젠더 관련 프로젝트 경험, 분야·연도 고정효과(sector-year fixed effects), 수원국의 여성 권리·경제력·정부 내 여성 비율, IDA 참여 여부, 프로젝트 규모(로그), 분쟁 영향 여부 등을 통제했다. 또한 주요 공여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성 관련 원조 비중을 반영해 정치적 요인을 보정했다.
내생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구변수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TTL(책임자) 수를 사용했다. TTL이 많을수록 여성 담당자가 포함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검증 결과, TTL 수가 한 명 늘어날 때 여성 TTL이 포함될 확률은 약 15% 증가하며(p<0.001), F-통계량은 111로 매우 유의미했다.
주요 결과
- 표면적 성 주류화(Any mainstreaming): 여성 TTL이 있더라도 프로젝트에 성 주류화 요소를 단순히 포함할 가능성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 심층적 성 주류화(Deep mainstreaming): 그러나 성 주류화의 깊이(depth)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 TTL이 이끄는 프로젝트는 평균적으로 약 19% 더 깊은 수준의 성 주류화를 보였다.
- 여성 국가국장(CD)이 있는 경우에도 성 주류화의 수준이 높아졌으나, 프로그램 매니저(PM)의 성별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성평등 관련 재량권을 가진 직위에서 여성일수록 효과가 크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또한 H3·H4 검증에서는 분야 내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성 주류화의 깊이가 커지는 사회화 효과(contagion effect)가 관찰되었다. 예컨대, 같은 분야 내 여성 비율이 표준편차(0.09)만큼 증가하면, 성 주류화 점수가 약 1.31(4점 척도 기준) 상승했다. 이는 여성 TTL이 직접 프로젝트를 이끌 때의 효과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즉, 여성 인력의 비율이 높을수록 부서 전반의 정책 문화가 변화하며, 남성 직원들도 더 적극적으로 젠더 관점을 통합하는 경향을 보였다.
추가 검증 및 해석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는 푸아송 회귀(Poisson PML), 로짓(Logit), 순서형 로짓(Ordinal Logit), 혼합과정추정(CMP), 국가-연도 고정효과 등 다양한 대체 모형으로 검증했으며, 모두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또한 공동재원(co-financing) 등 특정 공여국의 영향이나 평가자의 성별 편향 가능성도 추가 분석을 통해 배제했다.
흥미롭게도, 남성 직원이라도 젠더 관련 프로젝트 경험(gender expertise)이 많을수록 심층적 성 주류화를 더 잘 수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여성 상사(특히 국가국장)가 있을 경우, 남성 직원의 성 주류화 실행 수준이 높아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은 항상 성평등을 더 잘 수행한다”는 단순한 본질주의적 해석이 아니라, 경험과 조직문화의 상호작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성 직원의 존재 자체가 형식적 성 주류화를 늘리지는 않지만, 프로젝트의 질적 수준(심층적 통합)을 높인다. 또한 여성 인력이 많은 부서에서는 남성 직원조차 성평등 목표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이는 조직 전반의 문화적 변화(cultural transformation)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