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가는 국제기구를 통해 행동하는가
Abbott, Kenneth W., & Duncan Snidal. “Why States Act through Formal International Organizations.”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42(1), 1998.
중앙집중성(centralization) 은 안정적인 조직 구조와 행정적 지원체계를 통해 공동의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국제기구가 국가들의 이해관계, 인식,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높인다.
독립성(independence) 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특히 국제 분쟁을 중재하거나 관리할 때, 중립적 행위자로서 기능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이러한 독립성은 제한적이다. 강대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은 국제기구의 자율성을 축소하거나, 그 운영에 개입하거나, 명령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기구 자체를 재편 또는 해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 거래에서도 보듯, 부분적으로 자율적이고 중립적인 행위자의 존재는 효율성과 정당성을 모두 높인다. 이는 강대국조차도 국제기구에 일정한 독립성을 부여할 유인을 가지게 한다.
The structure of this paper is pretty straightforward. It starts by laying out the main question. Why states choose to create and use formal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nstead of relying on informal cooperation or simple treaties. Then, the authors review how different IR theories. like realism, neoliberal institutionalism, and constructivism—have (or haven’t) dealt with this question.
After that, the paper moves to the core analytical part. They identify two key features of formal IOs: centralization and independence. They explain what each of these means, how they work in practice, and why they make IOs useful to states. This section also connects these features to concrete functions—like managing cooperation, resolving disputes, and building norms.
In the last section, they apply these ideas to two broader, composite functions: first, how IOs help create and carry out community norms and values, and second, how they help enforce international rules and commitments. The paper wraps up with the UN Security Council’s role in the Gulf War as a real-world example that brings all these arguments together.
1. Putting IOs into Theory and Theory into IOs
저자의 접근은 합리주의적 제도주의(rationalist institutionalism)에 뿌리를 두되, 현실주의(realism)와 구성주의(constructivism)의 통찰을 함께 결합한다. 저자들은 국가를 세계정치의 중심 행위자로 가정하고, 국가들이 공공재 생산, 협력과 조정 문제 해결 등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국제기구(IOs)를 제도적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거래비용 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과 합리적 선택 이론(rational choice theory)을 적용하면서, 기업이나 중세 교역기관과의 유비를 통해 IO를 이해한다. 그들은 기존의 레짐 이론(regime theory)이 국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설명하는 데 기여했지만, 실제 IO의 조직적 작동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또한 현실주의가 지적한 권력과 분배 문제를 수용하되, 강대국의 도구로서만 IO를 보는 시각을 넘어, IO가 약소국의 참여를 유도하고 제도적 안정성을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본다. 나아가 구성주의적 시각을 받아들여, IO가 단순히 국가가 만든 장치가 아니라 정보·규범·아이디어를 생산하고, 국가의 이해와 인식을 재구성하는 행위자(agent)로 기능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특정 이론에 얽매이기보다, 다양한 접근을 통합해 형식적 국제기구(formal IOs)가 국가 간 협력과 갈등을 실제로 어떻게 관리하고 제도화하는지를 실증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2. The Functions of IOs: Centralization and Independence
이 부분에서 Abbott와 Snidal은 국제기구(IOs)의 핵심적 특징을 **‘중앙집중화(centralization)’와 ‘자율성(independence)’**으로 제시한다. 중앙집중화는 안정된 조직 구조와 행정기구를 통해 집단 활동을 관리하는 기능을, 자율성은 일정한 중립성과 독립된 판단 하에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이 두 요소는 단순한 협정이나 비공식 협력보다 효율성을 높이는데, Coase의 거래비용 이론처럼 직접적인 국가 간 협력의 비용이 높을 때 IO가 효율적인 대안이 된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비유하듯, 회원국은 IO에 일정한 권한을 위임하고 구조적으로 감독함으로써 협력을 제도화한다. 나아가 중앙집중화와 자율성은 효율성 이상의 정치적 효과, 즉 IO가 규범을 발전시키고 분쟁을 중재하며, 회원국의 행위에 정당성과 인식 변화를 가져오는 행위자적 역할을 수행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2.1 Centralization
중앙집중화의 이점을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살펴본다. 첫째는 국가 간 직접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기능(레짐 이론의 주요 초점), 둘째는 운영적 활동(operational activities)(국제기구 연구의 전통적 초점)이다.
- Support for state interactions
국제기구(IOs)의 조직 구조(organizational structure)는 단순한 행정 장치가 아니라, 국가 간 협력의 효율성과 정치적 맥락을 동시에 바꾸는 핵심 제도적 메커니즘이다. 안정된 조직과 사무국은 협상 반복과 신뢰 형성을 촉진하고, 돌발 사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하며, 기존 규범을 강화한다. 또한 IO는 중립적·전문적 포럼(neutral and specialized forums)으로 기능해 냉전기 미·소가 IAEA를 통해 핵문제를 논의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실질적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UNCTAD나 OECD처럼 특정 국가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장으로 작용하고, WTO 사례처럼 여러 이슈를 하나의 틀 안에 결합해 협상의 상호연계를 강화한다.
이러한 제도적 구조는 권력과 이해관계의 균형(balance of power and interests)을 헌법적으로 제도화하며, 강대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거나 약소국의 보호를 보장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IO의 실질적 업무는 전문위원회와 사무국에서 이루어지며, 이들은 협상 조정, 정보 제공, 합의문 작성 등을 통해 협력을 촉진한다. 나아가 IO의 구조는 시간이 흐르며 협력의 방향을 바꾸거나 제도적 적응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예컨대 UNEP과 세계은행의 역할 분담은 환경협력의 제도화를 촉진했으며, GATT가 WTO로 진화한 과정은 조직 구조와 행정 지원이 협력을 제도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다.
- Managing substantive operations
국제기구(IOs)는 단순히 협상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세계은행(World Bank)처럼 개발 자금 지원, 기술협력, 연구와 교육훈련 등 실질적 운영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조직은 막대한 예산과 관료체계, 높은 자율성을 갖추며, 회원국들은 이를 집단행동을 수행하는 대리인(agent)으로 활용한다. 즉, 비공식적 협력보다 거래비용은 들지만 효율성과 전문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중앙집중화된 운영(centralized operations)이 선호된다. 나아가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경제적 효과에 그치지 않고, 정보·규칙·기술협력 등을 통해 국제질서 속에서 새로운 규범과 행동 기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 Pooling
예를 들어 세계은행(World Bank)은 회원국의 자본을 모아 신뢰성 있는 대출을 가능하게 하고, 위험을 분산하며,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해 전문성과 혁신을 축적한다. 이러한 제도는 대규모 국가가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정치적·경제적으로 효율적이며, WHO의 천연두 박멸 사업처럼 공동의 자원과 조직 구조를 통해 글로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유네스코(UNESCO)의 사례처럼, 초기의 국제적 협력 목표가국가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되거나 국내 중심으로 전환되기도 하며, 이는 IO의 풀링 구조가 국가의 정체성과 이해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 Joint Production
IO 직원들은 회원국(member states)을 대신해 감독·보상·징계(monitor, reward, discipline) 체계 속에서 일하며, 이는 기업에서 잔여청구권자(residual claimants)가 관리자를 통해 노동자를 감독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더 나아가,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이나 Airbus 같은 다국적 협력체(multinational cooperative organizations)는 자원과 위험을 공동 풀링(pooling resources and risks)하고,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와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를 달성하며, 기술적 외부효과(technological externalities)를 공유한다. 이러한 협력은 기업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통합지휘체계(integrated command)는 회원국들을 하나의 조직처럼 묶어 공동작전 계획(common war plans)군사분업(specialization of military tasks)**을 수행하는, 가장 성공적인 국제 공동생산(interstate joint production)의 사례로 제시된다.
- Norm elaboration and Coordination
이 부분은 국가들이 협정을 맺을 때 모든 상황을 예측해 계약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그 공백을 IOs가 메워준다는 내용이다. 즉, 국제사회에는 국내법처럼 결손 조항을 보완하거나 분쟁을 강제적으로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IO는 내부 절차를 통해 규범 정립(norm elaboration)과 조정(coordination) 기능을 수행한다. ILO처럼 비구속적 권고도 시간이 지나면 사실상의 국제 기준(de facto norms)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안정된 절차는 거래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이고 협력을 촉진한다. 물론 강대국은 규범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약소국의 참여를 보장하고 기술적 영역을 중심으로 제도화함으로써 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EU, ICAO, ITU, Codex 등의 사례처럼, 이러한 기술적·조정적 규범은 법적 강제력은 약해도 점차 국제적 관행(self-enforcing norms)으로 굳어지며, 국가의 정책과 행동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힘을 갖는다.
2.2 Independence
국제기구가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행위자(independent, neutral actor)로 참여할 때 국가 간 협력의 효율성과 정당성이 높아지지만, 강대국들이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기구에는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독립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대로 국가가 IO를 지나치게 통제하면, 제도의 신뢰성과 전문성이 약화되어 결과적으로 강대국 자신에게도 손해가 된다. 이러한 균형의 필요성은 기업의주주와 경영진 관계(shareholder–manager relationship)나 중세의 상인 길드(law merchant) 사례로 설명된다. 즉, 주주가 경영진을 너무 세게 통제하면 전문경영의 장점을 잃듯, 군주가 상인 길드의 자율성을 훼손하면 무역이 위축된다. 마찬가지로, 국제기구의 독립성을 인정할 때에만 국가들은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지속적 협력(mutually beneficial cooperation)을 유지할 수 있다.
- Support for direct state interaction
IOs는 의제를 설정하고 협상을 조정하며 새로운 규범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적극적 행위자(proactive and independent actor)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UNEP은 오존층 보호 논의가 교착되었을 때 이를 지속시켜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을 이끌었고, UN 사무총장은 국제평화에 위협이 되는 사안을 안보리에 직접 제기할 수 있으며, GATT의 Dunkel 사무총장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합의를 촉진했다. 또한 IO들은 전문가 공동체(epistemic communities)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서비스무역 자유화나 개발정책 같은 새로운 국제 규범을 확산시키며, 정책 이행 단계에서는 ILO나 WTO처럼 각국의 협약 준수를 독립적으로 평가·감시한다.
- Managing substantive operations
- Laundering
- Neutrality
위의 사례들에서 보았듯이, (IOs)는 협상을 진전시킴으로써 국가 간 협력(interstate collaboration)을 촉진한다. 물론 이런 역할은 지배적인 국가(dominant state)가 대신 수행할 수도 있지만, 다른 국가들이 편향성(bias)을 의심하게 되면 협력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 반면, 중립적인 독립적 국제기구(independent IO)는 그러한 의심을 덜기 때문에 더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기구가 단순히 중립적으로 보이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정말로 국가들로부터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 즉 ‘진정한 제3자’로 설계되어 있을 때에만 국가들이 안심하고 협력할 수 있다.
IOs는 국가 간 직접 행위로는 정치적·도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독립적이거나 독립적으로 보이는 제도’를 통해 정당화 할 수 있다. 즉, 불법 자금이 금융기관을 거치며 “깨끗해지는” 것처럼, IO를 거치면 국가의 행위가 더 합법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World Bank과 IMF는 식민 종주국이나 강대국의 직접 원조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고, 공여국 역시 IO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국내외 비판을 회피하고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강대국이 IO의 결정을 인권 문제나 정치적 조건과 연계할 경우, 이는 ‘더러운 세탁(dirty laundering)’, 즉 IO의 독립성이 훼손된 형태가 된다. 또한UNPKO이나 IAEA의 기술지원처럼, IO는 국가들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협력이나 감시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정치적 완충장치(political buffer) 역할을 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세탁이 가능하려면 IO가 단순히 회원국의 도구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설계된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춘 행위자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Abbott와 Snidal은 중립성이 IOs의 독립성을 보완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 중립성은 IO가 국가 간 분쟁이나 자원 배분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 공정한 조정자(impartial mediator)로 작동할 수 있게 하며, 특히 UN 사무총장의 평화 프로그램(Agenda for Peace)에서 나타나듯, 사실조사·분쟁해결·평화유지·분쟁 후 평화 구축 등 다양한 역할의 기반이 된다. IO가 독립적일 뿐 아니라 국가의 직접적 압력으로부터 보호(buffered from direct pressures)되어야 진정한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 간 협력의 신뢰성을 높인다.
IO의 중립성은 여러 형태로 구체화된다. 예를 들어, neutral information provider로서 IO는 국가가 제공하는 편향된 정보보다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생산해 협력을 촉진한다. LRTAP의 대기오염 감시 체계나 남극물개보호협약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러한 중립적 정보 덕분에 높은 수준의 협력이 가능했다. 또한 수탁자(trustee로서 IO는 자산이나 권한을 대신 관리·운용하며, 이라크 전쟁 배상기금(UN Compensation Fund)이나 peacekeeping이 이에 해당한다. 평화유지는 분쟁 당사국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강대국이 특정 편에 서지 않고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IO는 자원 배분자(allocator)이자 중재자·재판자(arbiter)로서의 중립성을 가진다. IAEA와 World Bank은 민감한 분야에서 자금이나 기술을 공정하게 배분하며, WTO· NAFTA ·ICSID 등은 분쟁 당사국의 합의에 기반해 arbitrationd을 수행한다. 특히 ICJ와 ECJ는 국가 권력을 제약하고 법적 통합을 촉진하는 대표적 사법기구로, IO의 중립성이 제도화될 때 국제법적 권위와 규범이 강화됨을 보여준다.
3. IO as Community Representative and Enforcer
3.1 The IO as Community representative
국가들은 IOs를 단순한 협력 도구가 아니라, representative or embodiment of a community of states로 설립한다. 이러한 공동체적 기관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포괄적 포럼형(inclusive bodies) (예를 들어 General Assembl 처럼 국가들이 공통의 관심사(환경, 인권, 민주주의 등)를 논의하고 공동 규범을 발전시키는 장이다). 둘째, 대표기구형(representative bodies) (안보리(Security Council) 처럼 주요 강대국과 지역 대표국이 참여해 효율적으로 안보·정치 사안을 처리하는 구조다). 셋째, 독립·중립형(independent/neutral institutions) (ICJ 처럼 공동이익을 위한 판단을 내리도록 설계된 기구다). 특히 UN 헌장은 평화유지뿐 아니라 인권, 자결권, 자유 증진 등 공동체적 가치를 명시하며, 국제기구를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공동선(common good)을 위한 행위자로 상정했다.
이러한 공동체적 기구들은 norm development을 주도한다. 세계인권선언(UDHR)처럼 비구속적 선언도 국제규범으로 내재화되어 국가의 헌법과 행동을 변화시켰고, GATT 역시 “개도국에 대한 차별적·우호적 대우(differential and more favorable treatment)” 원칙을 통해 무역 규범의 공동체적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국제재판소(ICJ), 유럽인권재판소(ECtHR) 등은 공통의 법적·도덕적 가치관을 정립하며 국제사회의 ‘도덕적 교사’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IO의 이러한 역할은 국가의 통제(institutional constraints) 아래 있으며, 특히 재정기여·지도자 임명·탈퇴 가능성 등은 강대국의 영향력을 반영한다. 저자들은 이처럼 IO가 국가의 이해관계에 의해 형성되고 제약받으면서도, 동시에 국가들의 이익과 정체성 자체를 재구성(reconstitute state interests and identities)한다는 점에서 합리주의(rationalism)와 구성주의(constructivism)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분석 단서가 된다고 결론짓는다.
3.2 IOs as Managers of Enforcement
국제기구(IOs)는 국가들이 국제 협약을 이행하도록 관리적 접근(managerial approach)과 집행적 접근(enforcement approach)을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관리적 관점(Chayes & Chayes)은 불이행이 주로 국가의 의도적 위반이 아니라, 합의의 모호성·국가역량 부족·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보고, 강제보다는 조정·지원·정보제공 등을 통해 순응을 높인다고 본다. 반면 집행론자(Downs et al.)는 강제력이 없으면 국가는 속일 것이라 주장한다. Abbott와 Snidal은 두 입장이 상보적이라고 보며, IO는 협력유인이 큰 사안에서는 관리적 기능을, 이익 충돌이 클 때는 제한적 강제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IO는 중립적 정보 제공, 분쟁 해결, 기술·재정 지원을 통해 국가의 불이행을 예방하고, 필요할 경우 보고 의무, 제재 권한, 혜택 중단(conditionality) 등을 활용해 직접적 집행도 수행한다. 또한 IMF나 WTO, 안보리처럼 IO는 제재나 보복을 공식적으로 승인·관리함으로써 국제질서를 교란시키지 않으면서도 규범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관리된 집행(managed enforcement)”은 국가 간 오해나 과도한 보복을 줄이고, IO를 단순한 중재자가 아닌 국제 규범의 수호자(guardian of community norms)로 기능하게 만든다.
3.3 Chapter VII : The Uses and Limits of Direct Enforcement
제7장(Chapter VII)은 국제기구, 특히 UN 안보리(Security Council)가 ‘국제공동체의 대표(community representative)’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사례다. 원래 제7장은 안보리가 회원국으로부터 병력을 제공받아 직접 군사행동을 수행하는 ‘직접적 집행(direct enforcement)’을 상정했으나, 실제로는 한국전쟁과 걸프전에서처럼 미국 주도의 군사행동을 승인하는 형태의 ‘간접적 집행(indirect enforcement)’으로 작동했다. 비판적으로 보면 이는 미국이 ‘더러운 세탁(dirty laundering)’을 통해 자국의 일방적 행동을 국제적 정당성을 지닌 공동행동으로 포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보리가 국제공동체의 도덕적·정치적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라 평가된다. 걸프전 당시 미국뿐 아니라 중동 국가들도 안보리의 승인 없이는 행동의 명분을 얻기 어려웠으며, 이는 IO가 국제 규범과 의미를 부여하는 제도적 장(legitimating arena)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