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정치학 및 방법론 개요
Oxford Handbook - Comparative Politics
- (경험) 정치과학으로서의 비교정치학
지난 수십 년간 비교정치학은 연구 대상, 연구 방법, 그리고 인간과 정치 행위에 대한 이론적 가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과거에는 특정 국가나 지역을 깊이 있게 서술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오늘날의 비교정치학은 인과적 이론 모형의 구축과 검증을 핵심 과제로 삼는 경험과학적 정치학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일 사례 연구의 한계 인식, 근대화·정치발전 이론의 영향, 통계 기법과 자료 축적의 확산에 힘입은 것이다. 그 결과 비교정치학은 대규모 국가 간 비교뿐 아니라, 소수의 사례라도 이론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설계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준실험적 방법의 한계에 대한 성찰적 회의 역시 함께 심화되었다.
아울러 최근 비교정치학의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이론 구축 방식에서 나타난다. 과거의 구조적·체계적 설명에서 벗어나, 개인의 동기·신념·행위를 출발점으로 하는 ‘미시적 기초(microfoundations)’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이론의 투명성과 반증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진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방법론적 개인주의가 곧바로 도구적 합리성이나 순수한 합리적 선택 이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선호와 정체성은 정당, 국가, 사회적 맥락에 의해 형성될 수 있으며, 비교정치학의 과제는 다양한 인간관에 기반한 ‘의도적 행위자’ 모형을 통해 정치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은 고전 정치사상가들처럼 인간 본성에 대한 가정 위에서 보편적 정치 이론을 구축하려는 정치학의 본래 문제의식과 다시 연결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정치학이 일반 이론을 만들려는 야심을 갖게 되고, 동시에 인간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진지하게 설명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역설적으로 정치학은 다시 고전 정치사상과 연결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로크 같은 고전 사상가들 역시 특정 국가의 사례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동기·이익·두려움에 대한 가정을 출발점으로 정치 질서와 권력, 복종의 이유를 설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비교정치학은 더 많은 데이터와 정교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정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 행동에 대한 기본 가정을 세운다는 점에서는 고전 정치이론의 문제의식을 현대적 방식으로 되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국가 형성과 정치적 동의의 문제
국가 형성 이론은 사람들이 왜 특정 권력에 복종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려는 정치학의 핵심 질문에서 출발한다. 초기 정치사상가들과 사회계약론자들은 국가가 왜 정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설명에 집중했지만, 국가가 실제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경험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비교적 늦게 등장했다. 이후 국가 형성에 대한 실증 이론들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국가를 보호와 강제를 교환하는 자발적 계약의 결과로 본 신고전파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를 엘리트가 대중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도구로 본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이다. 최근에는 신제도주의의 영향으로, 국가는 원래 약탈자였던 폭력 집단이 생산자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행동을 바꾸게 되는 역사적 전환의 결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설명은 농업의 등장과 정착 생활의 확대라는 역사적 변화와 맞물려 국가가 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일정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이론이 국가 형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비판한다. 국가는 폭력을 독점한 약탈자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생산자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공통의 권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민주적 이행 역시 정치 권위의 주체가 소수에서 다수로 이동하면서 ‘왜 복종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다시 제기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국가 형성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기존 이론들은 국가가 경제 성장에 미친 영향에 비해, 정치 권위의 등장으로 인한 분배적·사회적 결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근대 이후 국가는 강제력과 행정 권한의 범위와 규모 면에서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형태로 발전해왔다. 현대 국가는 전쟁 기술의 변화, 자본주의의 성장, 정당한 통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 속에서 다른 통치 형태를 대체하며 확립되었고, 이러한 과정은 유럽뿐 아니라 20세기 식민지 독립 이후의 비유럽 지역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국가는 단순한 강제 기구가 아니라, 정당성과 정체성에 의해 유지되는 정치적 질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교정치학은 국가 형성과 함께 민족주의와 국민 정체성의 형성,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 인식하게 되는 이념적 과정을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 정치 레짐과 변화
지난 25년간의 민주화 확산 속에서 민주주의는 비교정치학의 핵심 연구 주제가 되었고, 민주화 이론은 지난 반세기 동안 다양한 설명 틀을 발전시켜 왔다. 경험적으로는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으며(Lipset, Przeworski, Boix 등), 이론적으로는 계급 구조와 사회적 균열에 주목한 구조적 설명에서 출발해, 엘리트 간 전략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게임이론적 접근으로 이동해 왔다. 최근에는 헌정 제도의 정치적 효과를 매개로 사회·경제적 조건과 민주주의를 연결하는 통합적 설명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바버라 게디스는 민주화의 원인에 대해 여전히 확정적인 결론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이론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민주화라는 설명 대상 자체가 매우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절대군주제에서 입헌체제나 공화국으로의 이행과, 현대 군사독재에서 대중 민주주의로의 이행은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갖는 현상이며,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일반이론을 도출하려는 시도가 실증적 불안정성을 낳아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연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시민들의 가치와 신념을 분석하는 여론조사 기반 연구의 확대이다. 비록 정치학 전반에서는 행태주의와 대규모 설문조사가 비교연구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민주화 연구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되었다. 웰첼과 잉글하트는 다국가 비교 자료를 통해 사회경제적 근대화가 자유주의적 대중 가치관을 형성하고, 이러한 가치관이 민주주의의 정착과 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민주주의를 국가 수준의 제도적 장치로만 보던 기존 접근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적 태도와 신념이 민주적 정치 질서를 떠받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알몬드와 버바의 시민문화 연구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 연구는 민주주의와 정치문화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정의해 실증적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감베타, 콜먼, 퍼트남 등의 연구는 신뢰, 사회적 네트워크, 사회자본이라는 개념을 통해 문화의 관계적 측면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시민문화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했다. 다만 사회자본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경로를 통해 민주적 거버넌스로 이어지는지는 여전히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비민주적 체제에 대한 연구 역시 최근 들어 중요한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린츠의 고전적 연구는 독재체제를 내부적 다원성, 이데올로기, 정치적 동원의 수준에 따라 유형화했지만, 이러한 유형론은 권위주의 체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권력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에 최근 연구들은 유형 분류를 넘어, 권위주의 체제 내부의 유인 구조와 정치적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윈트로브는 억압과 충성의 조합을 통해 독재 유형을 구분하며, 독재자들이 단순히 폭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보상을 통해 통치를 유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선거적 권위주의, 권위주의 체제 내 정당과 의회의 역할, 엘리트 내부 갈등에 대한 연구는 독재 역시 내부 논리와 제도적 역학을 지닌 정치체제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민주주의와 독재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정치체제를 작동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비교·분석하려는 현대 비교정치학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 정치적 불안정성과 갈등
혁명에 대한 비교정치학의 설명은 사회·경제적 근대화를 혁명의 원인으로 본 초기 이론에서 출발해, 인구 증가와 자원 간의 불균형을 강조한 맬서스적 접근, 그리고 국가의 역할을 중심에 둔 설명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스티브 핀커스는 혁명의 핵심 전제 조건을 국가 근대화에서 찾으며, 국가 개혁이 새로운 사회 집단과 지역을 정치 과정에 편입시키고 변화의 이념을 정당화함으로써 혁명 운동이 형성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과 언어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혁명의 결과는 단일하지 않으며, 국가가 상인 집단과 해외 무역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민주적 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권위주의 체제가 등장하는 경향이 크다.
한편 최근 비교정치학은 혁명보다 내전과 정치적 폭력에 주목해 왔으며, 그 설명 역시 중요한 전환을 겪었다. 초기 연구가 불평등, 사회적 불만, 민족 갈등과 같은 구조적 원인을 강조했다면, 최근 연구들은 잠재적 반군이 폭력에 나설 수 있는 경제적·정치적 기회 구조에 초점을 맞춘다. 콜리어와 호플러는 자원 접근성과 모집 가능 인구를, 피어런과 레이틴은 행정력이 취약한 국가 환경을 내전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다. 더 나아가 칼리바스는 내전을 단일한 갈등이 아니라 지역마다 상이한 동기와 양상을 지닌 다층적 과정으로 이해하며, 전쟁 자체가 인구 분포, 행위자 선호, 자원 가치 등을 변화시키는 동학을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정치적 갈등을 고정된 원인이 아닌, 전개 과정 속에서 형성·변형되는 현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 대중동원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자 정당민주주의로서, 정당은 선거 경쟁과 통치의 핵심 조직이다. 키첼트는 왜 대부분의 민주주의에 정당이 존재하는지, 왜 어떤 체제는 다당제이고 다른 체제는 양당제에 가까운지, 또 정당들이 정책(programs), 역량(valence), 혹은 후견주의(clientelism) 중 어떤 방식으로 경쟁하는지를 설명하려는 비교정치학의 주요 질문들을 정리한다. 이에 대한 분석 도구로는 유효 정당 수, 정당체계의 분절화, 선거 변동성, 사회적 균열 등이 활용되어 왔다. 선진 민주주의에서는 정당–유권자 연계가 약화되는 문제가 핵심 쟁점인 반면, 신생 민주주의에서는 그러한 연계가 과연 형성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정당과 정당체계의 형성에 관한 연구는 립셋과 로칸 이후 역사적·전략적 설명으로 발전해 왔다. 19세기에는 제한된 유권자를 상대로 한 느슨한 정치인 네트워크에 불과했던 정당이, 20세기에는 대중 기반의 조직화된 정당으로 변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별로 정당의 수와 이념 구성이 달라졌다. 보익스는 이러한 차이가 단일 혹은 다차원적인 유권자 선호 구조와, 정당들이 어떤 선거 전략이 승리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리고 그 전략을 매개한 선거제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선거제도 자체도 정당들의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접근은 제도를 고정된 제약으로만 보는 정태적 제도주의와, 우연성과 경로의존성만을 강조하는 서술적 접근 모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편 지난 수십 년간 정당과 유권자 간의 결속은 크게 약화되었고, 선거 변동성은 새로운 정당의 등장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유권자 선호 변화뿐 아니라 교육 수준의 향상과 대중매체의 발달로 정당이 정보 제공의 중심 역할을 상실하고, 정치가 점점 후보자 중심으로 재편된 결과로 해석된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책임성과 청렴성이 부족한 체제가 존재하면서, 스톡스는 후견주의를 전략적 교환 게임으로 분석하며 민주주의의 작동 실패를 설명한다. 더 나아가 노리스는 정당 참여의 쇠퇴와 함께 시위, 소비자 정치, 새로운 사회운동, 초국가적 옹호 네트워크 등 쟁점 중심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치 참여의 형태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 정치적 요구의 처리
비교정치학에서 책임성과 대표성은 최근 들어 핵심 개념으로 부상했으며, 이는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선호가 어떻게 정치적 요구와 정책 결과로 전환되는지를 설명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시민들의 선호는 본질적으로 다양하고 다차원적이기 때문에, 선호 집계는 사회선택이론이 제기하는 불안정성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시민의 선호와 정책 결과 간의 합치성(congruence)을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해 왔다. 유권자의 선호와 대표자의 정책 입장 간의 일치, 투표 결과와 공직 배분 간의 관계, 정당 내부에서 엘리트와 지지자 간 이슈 일관성, 선거 공약과 실제 정책 간의 합치성 등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 이러한 선호 집계 과정에서 제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교정치학은 다시금 선거제도, 행정부와 입법부, 연방주의, 사법부 등 정치 제도 전반을 분석의 중심에 두게 되었다.
제도 연구는 민주주의의 책임성과 안정성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선거제도는 투표 행태와 정당체계, 연립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권력분립을 둘러싼 연구는 대통령제가 정책 교착과 민주주의 붕괴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의회민주주의에서의 연립정부 연구는 협상 비용과 유권자의 감시 요구가 정치인들로 하여금 비교적 안정적인 합의를 형성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방주의는 그 기원과 효과에 대해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연방 구조 내부의 권한 배분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사법부는 이제 비교정치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으며, 사법부 독립성은 책임성의 핵심 조건으로 이해된다. 다만 사법부의 독립성을 측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에 불리한 판결이 독립성을 시사하는 강한 지표인 반면, 정부에 유리한 판결은 반드시 종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강조된다.
- 거버넌스
정치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정치와 경제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은 경제적 투표라는 아이디어였다. 유권자는 경제가 잘되면 현 정부를 다시 뽑고, 경제가 나쁘면 정부를 교체한다는 생각이다. 이 논리가 맞다면 민주주의는 자동으로 책임적인 제도가 된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유권자의 경제적 판단이 제도와 정보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립정부, 복잡한 정당체계, 정보 부족 상황에서는 유권자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조차 알기 어렵다.
한편 연구자들은 정치인이 경제를 단순히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경제를 조작할 유인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이른바 선거 경기 순환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경제 조작이 민주주의의 단순한 실패라기보다, 유권자가 일정 수준의 정책 왜곡을 용인하는 구조 속에서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또한 좌파·우파 정당이 경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존재하더라도 크지 않고 일시적이며, 중앙은행 제도나 임금 협상 방식 같은 제도적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즉, 경제 성과는 정당 이념보다 제도에 더 많이 좌우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왜 많은 가난한 민주국가에서 정부 성과가 나쁜지라는 핵심 문제를 다룬다.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지만, 정치인들이 공공재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신뢰받지 못해 개인적 네트워크와 특정 집단에만 혜택을 주는 정치가 반복된다. 그 결과 부패와 비효율이 만연한다. 더 나아가 연구에 따르면, 의회민주주의에서 정부 교체의 상당 부분은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 엘리트에 의해 결정되며, 이들은 오히려 경제가 좋을 때 지도자를 교체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가 항상 책임성과 좋은 경제 성과로 이어진다는 낙관적 기대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 이론과 방법론
이 글은 비교정치학이 다루는 질문들이 너무 복잡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단일한 방법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치 현상은 다원적 원인, 맥락 의존성, 상호작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나의 연구 설계로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비교정치학자들은 계량 분석, 사례 연구, 현지조사, 역사 비교 등 다양한 방법을 결합해 왔으며, 각 방법은 고유한 장점과 한계를 가진 보완적 도구로 이해되어야 한다.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는 대립적이라기보다 역할이 다르다. 사례 연구와 현지조사는 이론을 형성하고 인과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강점이 있으며, 대규모 비교 연구는 이론을 검증하고 일반화하는 데 유리하다. 현지조사는 행위자의 정체성, 인식,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감정 개입이나 정보 왜곡 같은 위험도 수반한다. 반대로 양적 연구는 데이터의 불완전성, 다중 인과성, 내생성 문제에 직면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방법을 포기할 이유가 아니라 더 정교한 이론과 분석을 요구하는 과제로 제시된다.
결국 이 글이 강조하는 핵심은 방법보다 이론의 우선성이다. 통계 기법이나 사례 분석 자체가 인과관계를 보장하지 않으며, 인과 추론의 한계는 이론적 사고를 통해서만 부분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 게임이론적 접근과 미시적 기초에 대한 관심, 그리고 오스트롬이 제시한 제한된 합리성과 규범에 기반한 인간 행동 이해는 비교정치학이 보다 현실적인 인간상을 바탕으로 정치 현상을 설명해야 함을 보여준다. 좋은 정치이론은 다양한 방법을 수단으로 삼되, 인간의 신념·이해·행동에 대한 설득력 있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