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eun Sim

Garfias 2018

Garfias (2018), "Elite Competition and State Capacity Development: Theory and Evidence from Post-Revolutionary Mexico,"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12(2)

1. 연구 질문

국가는 언제, 어떻게 낮은 행정 역량(state capacity)의 함정에서 벗어나는가? 특히 국제전쟁이 부재했던 지역인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처럼 벨리시즘(bellicist)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는 곳에서는 무엇이 국가 역량 발전을 추동하는가?

기존 문헌(Tilly, Dincecco 등)은 "전쟁이 국가를 만든다"는 유럽 중심 서사에 의존함.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처럼 총력전이 드물었던 지역에서도 국가 역량의 지역별 편차는 뚜렷하게 존재. 저자는 국제전쟁이 아니라 국내 엘리트 간 갈등에서 국가 역량 발전의 대안적 경로를 찾고자 함.

2. 핵심 이론: "일시적 지배자 우위"가 만드는 탈출구

기본 구도는 두 행위자: 군사력은 있지만 재정 능력은 약한 지배자(ruler) vs 토지자산을 가진 비집권 경제 엘리트(landed elite). 둘의 분배 이해는 충돌하지만, 신뢰할 만한 제도적 타협 장치(제한정부 등)가 없어 상시적인 잠재적 갈등 상태에 있음.

저-역량 함정(low-capacity trap)의 논리: 지배자가 국가 역량에 투자하면, 그 역량이 나중에 엘리트에게 넘어가 자신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투자를 꺼림. 엘리트도 마찬가지로 소폭의 자산 손실 정도는 저항 예산을 늘려 방어할 수 있어 힘의 균형이 좀처럼 안 깨짐 → 균형은 안정적이지만 국가는 계속 약한 채로 남음.

탈출 메커니즘: 이 균형을 깨는 것은 일시적이지만 큰 폭의 충격. 여기서는 대공황발 상품가격 폭락으로 엘리트가 갑자기 약해지는 사건. 이때 지배자는 (1) 엘리트의 자산(토지)을 몰수해 그들의 힘의 원천을 영구히 파괴하고, (2) 자신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즉 관료제 확충에 나서게 됨. 요컨대 자산몰수와 역량투자는 "같은 충격에서 나오는 하나의 패키지".

두 가설:

  • H1: 엘리트가 낮은 가격에 직면할수록 지배자는 자산을 몰수할 가능성이 높다
  • H2: 엘리트가 낮은 가격에 직면할수록 지배자는 역량 확충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3. 프레임: 작물가격 외생성 + 지역별 작물적합도를 결합한 이중차분

멕시코혁명(1910–19) 이후 중앙권력이 붕괴하면서, 각 무니시피오(municipio,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새로 부상한 카시케(cacique, 지방 정치보스)들이 옛 대농장주(hacendado) 엘리트와 대치하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반복됨. 이 국지적 권력구도가 분석단위.

(1) 외생적 충격의 구성

대공황 시기 커피·설탕 등 국제 상품가격이 급락(반면 바나나·쌀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 이 가격변동 자체는 멕시코 국내 정치와 무관한 순수 외생 충격. 저자는 각 무니시피오의 "상품잠재력(commodity potential)", 즉 그 지역이 재배 가능한 작물들의 국제가격 가중 합을 구성해, 같은 무니시피오라도 시기에 따라, 같은 시기라도 무니시피오의 작물 구성에 따라 노출 정도가 다르게 만듦(FAO 농업생태구역 자료 기반 작물적합도 × 국제가격).

(2) 예측

  • 상품잠재력이 크게 하락한 곳(부정적 충격이 큰 곳) → 토지몰수·재분배 증가, 관료 수 증가
  • 이 효과는 애초에 대농장(hacienda)이 존재하는 곳에서만 나타나야 함(대농장이 없으면 애초에 대치할 엘리트가 없으므로)

(3) 실제 결과

  • 1930~40년 이중차분(무니시피오 고정효과+연도 고정효과): 상품잠재력 1 표준편차 하락 시 인구 1,000명당 관료 수가 거의 1 표준편차만큼 증가; 토지재분배 건수도 유의미하게 증가 (Table 1, 2)
  • 대농장이 없는 무니시피오에서는 이 효과가 사라지거나(관료 수) 심지어 역전됨(토지재분배는 오히려 감소, 몰수할 지주가 없으니 청원 유인 자체가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
  • 위약검정(placebo): 10년 뒤 미래 상품가격을 대신 넣어보면 아무 효과 없음 → 사전에 이미 존재하던 차이(추세)가 결과를 만든 게 아님을 시사
  • 평행추세: 대공황 이전(1900~1930년 관료 수, 1920년대 토지재분배)에는 충격 많이 받은 지역과 덜 받은 지역의 추세가 거의 겹침 (Figure 4) → 충격 이후에만 갈라짐
  • 장기지속성: 2000년 관료 수, 1989–2013년 평균 지방세수/GDP 비율까지도 1930년대 충격의 흔적이 남아있음 (Table 4) — 즉 그 시기의 투자가 이후 수십 년간 지역 간 격차를 고착시킴

(4) 대안가설 배제

  • 연방정부의 하향식 회유 가설("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저항력 약한 지역의 토지청원을 더 잘 승인해줬다"): 충격 크기와 대통령의 청원 승인률 간 상관관계 없음 → 기각
  • 단순 소작농 불만(grievance) 가설: 이것만으로는 관료 수 증가를 설명 못 함. 게다가 강압적 노동시장 이론(Dippel et al. 2015)에 따르면 부정적 가격충격은 오히려 임금을 올려 불만을 줄여야 하는데, 정확히 대농장이 있는(강압적 노동구조가 있을 법한) 지역에서 토지재분배가 늘어남 → 불만만으로는 설명 안 됨, 엘리트 자원고갈 메커니즘과 결이 맞음
  • 사전 행정역량, 인구, 도시화율 등 시불변 통제변수 상호작용, 공간적 클러스터링 등 다양한 강건성 체크 통과

(5) 사례 예시와 외적 비교

미초아칸 주의 Cañada(카시케 Ernesto Prado), 멕시코주의 San Felipe del Progreso는 충격이 컸고 실제로 몰수·관료 증가가 뚜렷했던 반면, 베라크루스 주 Naolinco는 충격이 약해 대농장주(Manuel Parra의 무장조직 Mano Negra)가 수십 년간 저항에 성공한 대조 사례로 제시됨. 도미니카공화국(트루히요의 권력공고화)과 19세기 칠레(구리가격 충격과 Montt 정권의 지방 통제 강화)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국가 수준 사례로 논의됨.

4. 데이터·방법
  • 범위: 멕시코 전역 무니시피오 패널, 1930·1940년 인구센서스 중심(장기효과는 2000년, 1989–2013년 세수 자료까지 확장)
  • 핵심 변수: (a) 상품잠재력 V̄it(작물적합도×국제가격, FAO GAEZ 자료+Global Financial Data 가격 시계열), (b) 관료 수(인구 1,000명당, census 자기신고 직업 기준; 1930년 독립 출처 Censo de funcionarios와 교차검증), (c) 토지재분배(Sanderson 1984의 에히도 단위 마이크로데이터, 관개지 중심), (d) 대농장 존재 여부(1930 census 취락분류)
  • 모형: (1) 이중차분 — municipio FE + year FE, 사전공변량×연도FE 상호작용, 클러스터표준오차(municipio 수준); (2) 1940년 단면 횡단분석(Bhavnani & Jha 2014 방식); (3) 장기효과용 2000/1989–2013 단면분석
  • 부가 검증: 1925~38년 치와와 주 지방예산 원자료(국립문서보관소 수기수집, 72개 무니시피오)로 관료직 구성(치안·징세 중심)을 질적으로 확인; 1900년 센서스를 이용한 사전추세 검정; 공간적 오차상관 허용 모형, 선택편향(selection on observables) 대안모형 등 온라인부록에서 다수 강건성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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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의 설득력은 "국제 상품가격"이라는 순수 외생적 충격을 "지역별 작물적합도"라는 지리적으로 고정된 변수와 곱해 지역-시점 가변적 노출도를 만들어내는 데서 나온다. 이는 Jensen·Pardelli·Timmons(2023)이 malapportionment×가격충격을 쓰는 방식과 구조적으로 매우 닮았다. 둘 다 "사전에 고착된 제도/지리적 변이 × 외생적 국제가격 충격의 타이밍"이라는 동일한 식별 문법을 공유한다. 다만 Garfias의 사례에서는 몰수당하는 엘리트(hacendado)가 정치권력에서 이미 배제된 상태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Jensen et al.의 미국 남부 노예주 엘리트는 권력을 계속 쥔 채 스스로에게 과세하는 반면, 여기서는 권력을 잃은 엘리트가 일방적으로 수탈당하고, 그 수탈의 과실(관료제 확장)은 전적으로 새로운 지배자에게 귀속된다. 이는 두 논문이 공유하는 "권력-시간지평-집단재" 논리의 부호가 다르게 나타나는 대조를 이룬다. 전자는 협력적 자기과세, 후자는 약탈적 수탈이라는 상반된 경로로 결국 유사한 국가역량 확장이라는 결과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이 매커니즘이 "권력의 재분배 방향과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장기지속성 부분(2000년까지의 효과)은 상관관계 이상의 인과적 해석에 저자 스스로도 신중한 태도("suggestive evidence")를 취하고 있다는 점 정도는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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